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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nolia

JungHo JUNG

2022.09.23 ~ 2023.01.31

작업노트

지난여름 이사 온 집 앞에는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수십 년은 되어 보이는 그 나무는 울창한 잎을 드리웠다가 겨울이 되자 잎을 다 떨구고 앙상한 가지를 드러냈다. 가지 사이사이로 빛이 들어와 환해지자 우리 집 고양이는 창가 소파에 자리 잡아 평온한 낮잠을 잤다. 다시 봄이 됐고, 나무는 비축해 둔 온 힘을 쏟아 꽃을 틔웠다.

목련이었다. 겨울을 견디고 움튼 꽃은 찬란했다. 하지만 때맞춰 내린 봄비에 그 아름다움은 오래 가지 못했다. 꽃은 땅에 떨어졌고 생명을 잃어 갔다. 나고 자라 사라지는 게 모든 살아 있는 존재의 숙명이라지만, 환하고 아름다운 순간이 짧아 아쉬웠다. 그 짧은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찍어 붙들고 싶었다. 

떨어진 꽃을 주웠다. 가지에서 떨어져 나온 그 순간부터 꽃은 시들어 간다. 매끈하던 꽃잎이 나이 든 인간의 살갗처럼 주름지고, 뽀얗던 색이 탁해진다. 마치 한 사람의 죽음을 목도하는 것처럼 마음이 무겁고 숙연해졌다.

몇 개월이 지난 뒤 다시 그 나무를 보았을 때 귀여운 열매가 맺혀 있었다. 다시 생명을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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