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포토 스페이스

Moving days

SeungHoon Lee

2017.09.04 ~ 2017.10.23

BMW Photo Space에서는 2017년 9월 4일부터 10월 23일까지 2017년 세 번째 청사진 프로젝트로 이승훈의 《Moving days》를 선보인다.

우리의 후험적 경험의 시작은 장소에서 비롯된다. 장소는 물리적 단위의 공간을 지칭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추상화된 시간을 구체화하고 재현시키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 장소를 매개한 시간은 개인에게 기억을 남기고 때로는 집단의 역사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 것이다. 인간은 이러한 장소의 특성을 집이라는 공간에서 처음으로 경험한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집이라는 곳에 주거공간 이상의 의미를 두는 것은 이 같은 장소의 성격에 의해 축적된 ‘고향성’ 때문일지 모른다. 그래서 장소는 개인 존재의 시작과 자아 형성의 근간을 상징하는 대상으로 인간의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소와 인간’이 가지는 관계와 의미는 과거와는 달리 급변하는 시대의 환경 속에서 각 세대와 사회, 정치, 경제에 따라 또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며 우리는 이 변화들을 체감하고 있다. 이승훈의 《Moving Days》는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 존재하는 동시대가 가지는 장소와 장소상실을 이야기 한다.

<Moving Days> 시리즈는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외부에 의해 강제되는 이사가 만들어낸 불안감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이 감정은 정착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이라기 보다 도시의 삶에서 잦은 이사를 경험했음에도 여전히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기연민과도 같다. 하지만 우연히 모래내 좌원상가아파트를 방문하게 됨으로써 이 감정들은 개인의 고민에서 도시 현상에 대한 의문으로 변주된다. 이승훈은 수 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같은 모습을 유지한채 낙후되고 있는 옛 동네를 보면서 반가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다고 말한다. 이 곳은 이승훈의 유년시절 기억이 축적된 장소로 집이 가지는 전통적인 ‘고향성’을 체험한 장소이자 현대도시의 변화를 역행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좌원상가아파트’(2015)는 자신의 세간들을 아파트 실내 곳곳에 옮겨놓고 촬영한 작업이다. 향수가 남겨진 장소에 자신의 흔적을 덧입히는 작업 방식은 자신의 삶이 영위되었던 장소의 과거와 현재의 시간들을 중첩시켜 자신의 기억 속에 이 공간이 존재했음을 증명한다. 반면 한밤중 동네의 모습을 촬영한 ‘모래내’(2016)는 사실적인 장면들을 담은 ‘좌원상가아파트’와 달리 건물에서 새어 나오는 빛에 의해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연출된다. 화려한 색상들과 빛에 의해 만들어진 조형적인 요소들은 동네의 구체적인 모습을 해체시킨다. 이 같은 모래내의 모습은 현대 도시의 정주 대열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한 개인의 안타까움과 그 위로를 대신한다. 이렇게 모래내에서 촬영된 이 두 작업은 무정주의 시대에 정주에 대한 갈등을 동일한 장소에서 실내와 외부, 낮과 밤, 현실과 비현실로 대비시키며 도시의 무정주에 대한 이승훈의 입장을 대신한다.

과거에서 현재의 장소로 이어지는 ‘급한 이사’(2016)는 자신의 실재 이사하는 과정을 촬영한 작업이다. 사진에 나오는 짐꾸러미들은 이제 옮겨지는 것인지, 이미 옮겨진 것인지 명확한 상태를 알 수 없는 모호함을 가진다. 이 모호함 속에 등장하는 상처입고 시든 화분들은 이사가 얼마나 잦게 진행 되었는지를 은유적으로 알려주며 이사가 언제까지 반복될지 모른다는 불안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Moving Days>는 정착하지 못한 불안과 도시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의 상실감을 장소를 빌어 드러낸다. 딜레마와 같은 이승훈의 고민들을 담아낸 장면들은 도시를 중심으로 삶의 거처를 옮겨 다녀야 하는 동시대의 집의 장소성이 더 이상 과거의 성격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을 함께 의미한다. 그리고 이 현상의 이면에 자본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도시에서 자신의 역할을 지키기 위해 도시가 요구하는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이 있음을 주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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